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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단상

말을 하자면 그렇다

 

 
 말을 하자면 그렇다! 

 

 

  요즘에는 타임머신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어릴 때 기억은 주마등이라는 용어로 타임머신을 대신했다.

 사각모양인 주마등에 말이 새겨져 있는데

 따가닥 따가닥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리면서

 사각모양인 주마등이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한다.

 

 점점 말발굽소리가 커지면서 이윽고 말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난다.

 그러면 과거로 가고 싶을 때는 훌쩍 말 등에 올라

 다시 주마등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시간을 놓치게 되면 말은 그냥 지나가 버린다.

 

 이런 아련한 추억은 그래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요 며칠 사이에 시간이 잠수를 했다.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시간이 사라지고 공간에 덩그러이 놓인 사물들!

 그 속에 나의 몸도 일부분을 차지하고 몸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각까지 멈추어져 있다.

 

 생각이 멈추면 기억들만 서로 뭉쳐 이리저리 뒹굴고 있고

 세상 살면서 어느 곳을 향하여 바쁜 듯이 가고는 있지만

 실제로 모든 의미가 사라지면 바쁠 것도 없고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시간의 순서도 사라진다.

 

 전부가 재조명되는 시점의 나이에 이르렀는가?

 삶의 전부가 백지화 된다면 무엇이 남는걸까?

 나이가 들면 다 그런 것인지?

 그렇다고 나이가 들었다는 기준도 없는데 괜한 나만의 합리화인가?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하면서

 시간을 잊어버리고 나중에 아쉬운 듯 시간을 추억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정상적인 수순으로 갈 것인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모든 시간의 끝에는 시간의 현재만 살아있어

 과거는 의미가 없고, 미래도 없다.

 그 마감시간의 끝점에서 도대체 무엇을 볼 것인가?

 

 이렇게 시간의 끝점들이 다시 살아나 주마등을 타고

 지금의 내게로 돌아온다 하드래도

 시간의 윤회는 이미 나의 전부를 정지시겼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연기하듯이

 스스로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지도 모른다?

 

 

 (웨이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