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상수행/명상시와 선시

빗물 거품송


빗줄기 떨어져 뜰 앞에 고이네
물위에 거품들이 넘실넘실 떠다니며 흘로가고 있네

앞에 거품 꺼지면 뒤이어서 다시 뜨고
앞과 뒤가 연이어서 꼬리물듯 끝이 없네

본시는 빗방울이 거품을 만들었으나
바람이 슬쩍 때리면 거품은 다시 물로 되버리네

물과 거품이 다른 성품이 아님을 전혀 모르고
거품이다 물이다 분별심을 내고 있네

밖으로는 투명한데 속은 텅 비어
안과 밖이 영롱하여 마치 수정구슬 같네

바람이 불고있는 동안에는 있는 것 같지만
바람이 조용하게 자면 흔적마저 사라져 버리네

있다느니 없다느니 그 묘한 이치 밝히기는 어려워
모습없는 그 속에 모습이 갖추어져 있네

물거품이 물로부터 일어난 줄은 안다고 해도
물 또한 거품으로부터 나오는 이치 어찌 알겠는가

이 빗물거품을 보면서 나의 육체존재를 새삼스레 돌이켜 보니
잠시동안 오온(五蘊)이 임시로 허망하게 모인 것일 뿐이네

거품이 허망하다는 것을 알듯이
오온이 거품처럼 공허하다는 것을 안다면

본래 내존재의 진실을 명확하게 깨칠 수가 있으리라


-낙보원안(唐)-

'명상수행 > 명상시와 선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淸夜  (0) 2009.06.21
경계없는 자유  (0) 2009.06.21
눈오는 날의 閑人 풍경  (0) 2009.06.21
조은선사 임종게  (0) 2009.06.21
모든 것  (0) 2009.06.21